퇴직금 퇴직연금 차이, DB DC IRP를 쉬운 예시로 알아보기

저는 회사를 두어 곳 경험하면서 퇴직급여 제도가 회사마다 달라 헷갈렸던 적이 있어요. 입사 후 인사팀에서 대략적인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일단 그 회사의 제도에 따르다 보니 다른 방식과 무엇이 다른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퇴직금 퇴직연금 차이를 따로 검색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읽으면 DB형 DC형 IRP 같은 말이 또 나오더라고요. 처음 듣는 단어가 이어지니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려운 이름부터 외우기보다 ‘누가 돈을 준비하고, 누가 관리하고, 어디로 받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아래 나오는 숫자들은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고 실제 지급액이나 투자 결과를 보장하는 예시는 아닙니다.

퇴직금 퇴직연금 차이? 우선 돈을 보관하는 곳이 달라요

회사에서 일하다 그만둘 때 받는 퇴직급여를 준비하는 방법에는 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제도 등이 있습니다. 같은 목적의 돈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준비한다고 보면 돼요.

학교에서 소풍 갈 돈을 준비한다고 상상해볼게요. 한 방법은 반장이 ‘소풍 갈 때 필요한 돈을 책임지고 마련하겠다’고 하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미리 돈을 따로 맡겨두는 것입니다. 준비하는 방법은 달라도 소풍에 쓸 돈이라는 목적은 같죠.

퇴직금제도는 회사가 퇴직할 때 지급할 금액을 계산하고 책임지는 방식입니다. 퇴직급여 재원을 회사 내부에서 관리해요.

퇴직연금제도는 재직 중 그 돈을 회사 밖의 금융기관 등에 적립해 관리합니다. ‘적립’은 나중에 쓸 돈을 쌓아둔다는 뜻이에요.

다만 외부에 맡겨둔다고 모든 돈의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돈을 관리하는지, 어떤 상품에 넣었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그 차이를 이해하려면 다음에 나오는 DB형과 DC형을 구분하면 됩니다.

DB형은 나중에 줄 돈을 계산하는 규칙이 정해져 있어요

DB형은 회사가 돈을 운용하고 직원은 정해진 계산 기준에 따른 퇴직급여를 받는 방식입니다. 운용이라는 말은 돈을 예금이나 투자상품 등에 넣어 관리한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생각하면 편합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퇴직할 때 일한 기간과 임금 등을 기준으로 계산해서 주겠습니다’라고 약속하는 거예요. 돈을 관리하는 일은 회사가 맡고 직원이 받을 돈은 정해진 규칙으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회사가 그 돈으로 투자를 잘했다고 직원의 퇴직급여에 투자 수익이 그대로 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회사의 투자 결과가 나빴다고 그 손실을 직원의 계산된 퇴직급여에서 그대로 빼는 구조도 아니에요.

다만 입사하는 날부터 받을 금액이 딱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퇴직할 무렵의 임금이 얼마인지 등에 따라 달라져요. DB형의 ‘확정’은 받을 돈의 계산 기준이 정해져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공식 이름은 ‘확정급여형’이에요.

출처 : 고용노동부 –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설명

DC형은 회사가 넣어줄 돈의 규칙이 정해져 있어요

DC형은 회사가 직원의 퇴직연금 계좌에 돈을 넣고 직원이 그 돈을 어떤 상품으로 관리할지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회사가 넣어야 할 돈의 기준은 매년 직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이상이에요.

숫자로 보면 더 쉽습니다. 1년 임금총액이 3,6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회사는 그해 최소 300만원을 부담금으로 넣어야 합니다. 여기서 ‘부담금’은 회사가 제도에 따라 내는 돈을 말해요. 직원 월급에서 무조건 300만원을 떼어 넣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후 회사가 넣은 300만원을 관리한 결과가 반영됩니다. 수익이 10만원 났다면 310만원, 손실이 20만원 났다면 280만원이 되는 식이에요. 이 예시는 한 번 넣은 돈의 변화마나 보여주기 위해 수수료와 세금 및 다른 납입금은 제외한 계산입니다.

DB형과 비교하면 무엇이 정해져 있는지 달라요. DB형은 나중에 받을 돈을 계산하는 규칙이고 DC형은 회사가 넣어줄 돈의 규칙이 정해져 있습니다. DC형에서는 그 돈을 관리한 결과에 따라 최종 금액이 달라지는 거에요. 공식이름은 ‘확정기여형’입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정책브리핑 – DB와 DC의 차이와 회사 부담금 기준

퇴직연금을 받으면 퇴직금도 하나 더 받나요?

같은 근무기간에 대해 법정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무조건 두 번 받는 것은 아닙니다. 소풍비를 다른 방법으로 준비했다고 소풍비가 두 몫 생기지 않는 것과 같아요. 같은 퇴직급여를 어떤 방식으로 준비했는지가 다른 것입니다.

다만 한 회사에서 일하는 도중 제도가 바뀌었다면 계산내역이 나뉠 수 있습니다. 앞부분은 퇴직금제도, 뒷부분은 DC형을 적용했다면 각 기간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해야 해요. 이 경우도 같은 기간의 돈을 두 번 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회사에서 별도로 주기로 한 퇴직위로금 등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 그 돈은 법정 퇴직급여와 구분해 회사 규정이나 약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안내받은 돈이 무엇에 대한 금액인지부터 물어보면 좋습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상담 – DC형 가입 전 근무기간의 퇴직급여 처리

IRP는 퇴직급여를 담아두는 ‘내 이름의 그릇’이에요

IRP는 ‘개인형퇴직연금’입니다. 퇴직할 때 받은 돈을 담아두고 관리할 수 있는 개인 전용 계좌에요. DB형과 DC형이 회사에서 돈을 준비하는 방법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IRP는 퇴직 후 그 돈을 받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DC형으로 내 퇴직급여를 준비했다고 해볼게요. 퇴직할 때 회사 쪽에서 준비한 돈을 내 IRP 계좌로 옮겨 받습니다. DB형이나 퇴직금제도에 따른 돈도 원칙적으로 IRP 등 법에서 정한 계좌로 이전해요.

다만 만 55세 이후에 퇴직해 받거나 퇴직급여가 300만원 이하인 경우 등에는 이전 의무의 예외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일반 통장으로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내 경우와 조건이 같은지 확인해야 해요.

IRP로 받았다고 55세까지 무조건 돈을 못 찾는 것도 아닙니다. 계좌를 유지하다 연금 수령 요건을 갖춰 나눠 받을 수도 있고 55세 전이라도 해지해서 한 번에 받을 수 있어요. ‘나눠 받는 방법’과 ‘해지해서 받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IRP는 자유롭게 꺼내 쓰는 생활비 통장과 달라요

IRP에 돈이 들어왔다고 필요한 만큼 언제든 일부만 꺼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중도인출은 법에서 정한 사유 등을 충족해야해요. 계좌를 전부 해지하는 것과 계좌는 남겨두고 일부만 빼는 것은 다른 절차입니다.

또 해지할 때는 세금을 확인해야 합니다. IRP라는 한 그릇 안에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와 내가 따로 저축한 돈이 함께 담길 수 있는데 두 돈의 세금 규칙이 같지는 않아요.

비유하면 한 도시락에 밥과 반찬이 함께 들어있어도 서로 다른 음식인 것과 비슷해요. 같은 계좌에 있다고 모두 같은 돈으로 계산하는 것은 아니에요. 퇴직급여인지, 개인이 넣은 돈인지, 그 개인 납입금에 세액공제를 받았는지 등을 구분합니다.

그래서 해지하면 무조건 얼마를 떼어간다고 외우기보다 금융회사에 예상 세금과 실제 받은 금액을 물어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해지부터 누르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지금은 인사팀에 이 세 가지부터 물어보면 됩니다

아직 퇴직할 생각이 없더라도 우리 회사는 퇴직금제도인가, 퇴직연금인가, 퇴직연금이라면 DB형인가 DC형인가, 어느 금융기관에서 관리하는가 정도를 확인하면 출발하기가 편합니다.

DB형과 DC형을 내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 도입된 제도와 운영 규칙에 따라 달라져요. 선택이나 변경을 하고 싶다면 인사팀에 가능한지 또 어떤 조건과 절차가 있는지 함께 물어보면 됩니다.

저도 입사할 때 설명을 들었지만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따로 검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용어를 다 외우기보다 내 회사가 어떤 방식인지부터 아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을 준비하는 곳과 관리하는 사람 그리고 받아 담는 계좌를 하나씩 나누어 보면 조금 덜 헷갈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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